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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 변종은 없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 속에 숨겨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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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과학적인 포스팅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메르스가 2015년의 대한민국에 남긴 상처들, 다들 기억하실겁니다.

쓸데없이 허둥지둥대던 대처 덕분에 186명의 감염 환자가 발생하였고, 

38명이 사망하여 20.4%의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1번 환자 등 8명의 환자에게서 세포 샘플을 채취하여 MERS-CoV 바이러스를 분리한 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 (NGS)로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를 작년에 발표한 적 있는데요.

(2015년 당시, 질병관리본부 및 정부는 속보 형태로 99.5% 이상의 아미노산 염기서열이 표준주와 일치하므로 '변이는 없다'라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분석을 실시하였고, 이 데이터를 정리하여,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하는 'EMERGING INFECTIOUS DISEASES'라는 잡지에 오늘 (2016년 1월 8일) 논문이 실려 보도자료를 배포한 겁니다.


이번 논문과 발표를 보면, 작년의 발표와는 다르게 '변이가 없다' -> '변이가 되었다' 로 결론이 수정되었는데요.

다만, 심각한 변이(8% 이상)로 인한 '변종'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발표 속에 숨은 의미를 한번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보도자료와 논문이 얘기하고 있는 중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한국의 환자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 중 0.1%가 기존 중동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와 달랐음.


2. 특히, 바이러스의 당단백질 (Spike glycoprotein, S glycoprotein)의 아미노산(단백질) 서열 8개 중 4개가 변이 되었음.


3. 이 8개 중 4개의 아미노산 서열 변이는 전체 서열 중 0.1%에 해당하는 것으로 변이된 것은 맞지만, 국민들이 우려하는 변종은 아님.


4. 이 변이가 전염력에 미친 영향은, 실험체가 적어 알 수 없음.




구체적으로 다시 논문을 설명하면,


1. DNA 염기서열 및 아미노산 서열의 변이에 대해서.

- 논문에서는 이번에 채취한 8명의 환자의 샘플과, 기존에 이미 보고 된 131개의 기준 샘플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99.68%~99.9%의 DNA 염기서열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구요.


8개의 DNA 염기서열의 변이 중에 4개의 (A409C, T1586C, G1588C, and G1886A) 염기서열 변이가 아미노산 서열에 (S137R, I529T, V530L, and R629H)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수천개의 아미노산 서열 중에 4개가 바뀌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중 2개의 변이 (S137R and V530L) 는 바이러스의 배양 과정에서 일어난 변이라고 추측하고 있고, 나머지 2개 (I529T and V530L)는 실제로 반응체 (receptor)와의 결합하는 부분의 아미노산 서열의 변이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저자들은 이 2개의 변이와 실제 메르스의 전염력에의 영향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2. 염기서열의 변이 속도에 대해서.

- 이번 논문에서는 1년 당 변이되는 염기가 6.72 × 10−3 로 기존 중동에서 보고 된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인 1.12 × 10−3, 9.29 × 10−4 보다 5-7배 가량 빨랐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3. 0.1%의 변이와 변종에 대한 부정.

- 1번에서 서술한 2개의 변이는, 기존에 전혀 보고되지 않은 변이이고, 이 변이와 전염력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변종에 대한 내용은 굳이 논문에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논문이 얘기하는 의미를 내재적 관점(?)에서 접근해서 설명해볼까요.


1. '변종'과 바이러스의 위험성.

- 먼저 얘기해야 될 것은, 논문에서는 서술하지 않는 '변종'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보도자료'에 대해서 군요. 보도자료와 뉴스에서는 '이것은 변종은 아니니 안심하세요'라는 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적으로 접근하자면, 그냥 정부의 립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하게 염기서열이 바뀌어서(변이) 바뀌어서 아예 변종이 되었다고, 그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같은 고양이과 동물인 고양이와 호랑이를 볼까요.

만약 고양이가 호랑이로 변종이 되었다면, 당연히 인간에 대한 위험성이 늘었다고 봐야하죠.

하지만 호랑이가 고양이로 변종이 되었다면, 그 위험성은 줄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호랑이로 되었는지, 호랑이가 고양이로 되었는지는 '변종이 일어났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즉, 이번 메르스 바이러스가 중동에서 유행하던 것이 한국에서 심하게 변이되어서 설령 변종이 되었다고 한들,

그것이 인간에게 치명적이 되었을지, 아니면 약한 감기 수준이 되었을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따라서, 정부의 그 '국민들이 우려하는 변종이 아니다' 문구는 단지 결과론적으로만 봐서 한국에서 유행한 메르스가 치사율이 높았으니, 

'메르스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가 된 변종이었다면 더 위험한거 아냐?' 라고 알아서 단정지은

따라서,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소리가 아니고 그냥 단순히 립서비스로 보심 되겠습니다.

(* 잘 생각해보시면, 변종에 대한 언급없이 '한국에서 유행한 메르스, 변이 확인'.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나갔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더 곤란했을테니까요.)



2. 메르스 바이러스 염기서열 변이의 위험성과 전염력에의 영향에 대해.

- 다음으로 염기서열의 변이 속도와 위험성 그리고 전염력에 대해서 생각해보죠.
이번 메르스 바이러스는 변이가 일찍이 걱정되었을 정도로 처음부터 얘기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바이러스가 (+)ssRNA 바이러스에 해당하는 RNA 바이러스 였기 때문이죠.

바이러스는 크게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뉘는데, RNA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압도적으로 많이 일어납니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어떻게든 복제하여 전파하려고 노력하는 성질이 있는데, 
다른 세포로 침입하여 자신의 유전물질을 전파 및 복제하는 과정에서,
DNA 바이러스는 염기서열 교정작업(Proof-reading)을 하지만, RNA 바이러스는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수많은 다른 기자가 받아적어서 고대로 배낀다고 칩시다.
그런데 다른 기자들이 그 기사를 받아 적는 과정에서, 작성 중에 오타를 많이 내서 배포 전에 그것을 수정해야 하는데, 
DNA 바이러스는 기사를 받아 적는 다른 기자들이 오타수정과정을 몇 번 거친 뒤에 기사를 배포하는 경우고,
RNA 바이러스에서는 그 수정과정이 아예 없이, 그냥 오타가 나서 틀린 채로 기자들이 배포해버린 경우 입니다.

따라서 DNA 바이러스는 비교적 정확한 기사문이 많이 퍼질테지만, 

RNA 바이러스에서는 결국 틀린 기사문이 많이 발견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더불어, 오타 몇 글자가 난 상태에서 기사를 송고했을 때, 

처음 기사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채 단순 오타로 나갈 수도 있지만 (같은 아미노산 서열), 

그 오타 몇 글자로 인해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의도로 작성된 기사가 재배포 될 수 있습니다 (아미노산 서열 변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죠.)


즉, 'A씨와 B씨의 결혼' -> 'A씨와 B씨의 곃혼'은 충분히 서로 같은 의도이지만,

'A씨와 B씨의 결혼' -> 'A씨와 B씨의 결론'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듯이 말이죠.


RNA 바이러스는 어쨌든 오타가 빈번히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오타로 인해 다른 의미를 가진 기사가 되면,

당연히 그 기사의 성질도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DNA 바이러스는 최대한 오타의 발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정작업을 하므로 기사의 성질이 변할 가능성이 훨씬 적은 것이구요.


그렇다면, 이번 논문에서 한국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에서 보고된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5-7배 변이속도가 빨랐다고 적은 것은 무엇이냐.

이것은 RNA 바이러스인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한편, 

같은 메르스 바이러스인데도 다른 나라에서보다 왜 변이가 빨랐는지는 모른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논문에서는 '왜 이번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특히 전파속도가 빨랐고, 치사율이 높았는지 모르겠다'라고 결론 내리고 있지만, 

이번에 발견 된 8개의 염기서열 변이 중 실제로 1번 환자가 가진 변이는 5개 였다는 점,

특히 그 중에서 1588번 (아미노산 기준 530번) 염기는 반응체와 결합하는 부분(RBD)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론상 감염성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실제로 감염성 및 전파력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왜 다른 나라에서 유행한 바이러스보다 한국에서 더빨리 유행하고 치사율이 높았는가는,

1번 환자에서 이미 일어난 염기서열의 변이가 전파력에 영향을 주었고,

국내 전파과정에서 일어난 추가적 변이가 치사율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측만 가능합니다.




3. 그렇다면 염기서열 변이는 언제 어떻게 되었는가, 슈퍼 감염자와의 연관성은?

-이번 논문에서는 1번 환자가 5개의 염기가 (1588번 염기 포함)가 변이 된 상태로 한국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므로,

감염성 혹은 전파력이 높아진 염기서열의 변이는 이미 1번 환자에서 일어났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을 확정하려면 '슈퍼 전파자'라고 발표 된 14번 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데,

이번 논문에서는 14번 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아예 없기 때문에 아무 것도 확정지을 수 없습니다.


근데, 12, 13번과 15번 환자 데이터는 실려있는데 왜 14번 환자 데이터는 없을까요.

제가 보기엔, 14번 환자의 데이터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아냈거나, 

아니면 일부러 싣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 시점에서는 분석을 아직 하지 않았거나 중 하나일거 같습니다.


(*15번 환자도 슈퍼 전파자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15번 환자는 정말로 활동 범위가 넓었고, 격리되기까지 많은 곳을 거쳤고, 실제로 15번 환자에 의한 감염자는 범위가 좁은 같은 병실에 있었던 사람이었다는 점을 보면, 응급실 전체를 감염시킨 14번 환자에 비해서는 전파력, 전염력 자체는 높아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실험체가 적어서 딱히 변이와 전염 속도 및 감염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적어놨지만,

질병관리본부 측 연구원 분들이 제대로 된 관념을 가지고 계시다면, 지금쯤 실험체를 더 모아서 염기서열 분석을 하고 있을 것이고, 

특히 그 1588번 염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겠죠.


제가 이번에 해드릴 수 있는 얘기는 이 정도 인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한 가지 시사하고 있는 것은, 결국 1번 환자가 이미 5개의 변이를 가지고 온 채로 한국에 왔기 때문에,

결국 초기 방역이 결정적으로 유행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점입니다.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역 좀 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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