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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주 지진, 정부와 언론의 초기 대응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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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9일 팟캐스트 '김용민 브리핑' 2부 '뉴스듣기평가' 정답자 발표 시간에 소개된 제 의견 전문입니다.
(방송에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서 나갔습니다.) 



이번에 전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대규모 지진에 관해 한 말씀 드립니다. 이번 지진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와 국가의 대응은 너무나 어설펐습니다.

첫번째로 국가재난주관방송사라는 KBS는 첫 지진이 발생한 20여 분이나 지나서야 뉴스특보를 전했습니다. 그것도 짧게 전한 직후 다시 연속극을 틀어놓고는 8시 40분에 있었던 본진에 관해서는 9시 뉴스가 시작되어서야 흔들렸던 상황에 대해서 15분간 짧게 전했을 뿐입니다. 이러한 재난 방송에 대한 KBS의 태도는 NHK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NHK는 동일본대지진 발생 '몇 초 후' 긴급지진정보를 보냈고, 발생 2분 후 뉴스 특보체제로 전환하여 스튜디오에서 속보를 전달했습니다. 침착하게 경계하고 머리를 보호하며 대피를 해야 하고, 쓰나미 발생이 추정되자 해안가 주민의 긴급 대피 요청하는 멘트를 반복했습니다. 일본의 다른 민영 방송사들도 비슷한 시각에 속보를 전달했습니다.

이렇듯, 지진 발생 직후의 방송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즉, 방송은 지진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전달하여 이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에 따른 대응 수위 혹은 국민 행동요령 등을 침착하게 전달하며 대비를 촉구해야 합니다. 지진에는 항상 '여진' 이라는 추가적인 위협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NHK가 발행한 '방송연구와 조사 2012년 5월호'에 게재 된 '동일본대지진발생시 TV는 무엇을 전달했나?'라는 NHK 미디어 연구부의 칼럼의 'TV의 역할이 큰 초동 10분' 이라는 부분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기상청의 태도와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한지 2시간이나 지나서야 브리핑을 진행하였습니다. 애초에 브리핑보다, 속보를 전달할 때 울산 혹은 경상도 각 지역의 진도가 어느 정도 인지, 진원깊이가 어느 정도 인지 구체적인 정보를 서둘러 발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진원 깊이가 13~15km로 상대적으로 깊다고 발표했는데, 충분히 얕은 지진입니다. 올해 일본 쿠마모토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도 11km의 '얕은 지진'이었습니다.

리히터 규모와 진도를 헷갈리는 언론들의 보도 행태도 큰 문제입니다. 지진파의 에너지를 구체적으로 추정 계산하여 수치화 한 것이 매그니튜드 혹은 M으로 표시하는 '리히터 규모'입니다. 반면, '진도'는 인간 혹은 재산의 피해가 어느 정도로 보이는 지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잣대로 리히터 규모와는 전혀 다른 판단 기준입니다. 그런데 연합뉴스 등의 언론에서 메인 기사로 '진도 5.8'로 표시하는 등 상당히 잘못된 용어 사용으로 국민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진도 기준은 일본의 기준과 전혀 다른데, 그간 한국에서 일본의 진도기준으로 지진을 보도해왔기 때문에 더더욱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국민안전처의 대응 문제 등 얘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 전에 천재지변에 대한 안이한 초기대응태도에 답답함을 느껴 한 말씀 드렸습니다.







P.S 

덧붙여 이번의 지진보다 규모가 약한 M5.4의 지진에도 일본의 경우 지진 발생 20초만에 긴급지진속보를 발령하였고 그 직후 지진 대비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경주 지진보다 실제로 흔들림이 조금 더 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3년 12월 31일, 규모 5.4, 진원 깊이 약 10KM, 진원 : 이바라키 현 북부

2013년 12월 31일 오전 10시 2분 59초 지진 발생, 10시 3분 10초 이바리키 현에 진동 감지 됨. 

10시 3분 20초 부터 NHK의 영상.

긴급지진속보 (2초) -> 지진 발생 정보 (10초) -> 흔들림 주의, 신체를 보호할 것, 가구에서 대피, 여진 주의 등 국민행동요령 멘트 (30초) 

-> 진원지 근처의 영상 실시간 중계 (50초) -> 지진 발생 정보 제 2보 (1분) -> 각 지역 진도 정보 (1분 30초) 

-> 쓰나미 경계 멘트 (1분 40초) -> 진도 정보 갱신 제 3보 (2분) -> 자막으로 '진도5약' 처리 (2분 30초) 

-> 진원 위치 및 진원 깊이, 리히터 규모 (M5.4) 발표 (3분) -> 쓰나미 경고 해제 (3분 10초) -> 지진 발생시 녹화 영상 (5분 30초) 

-> 다른 원자력 발전소 안전 확인 및 정상가동 중 보도 (8분 30초) -> 각 열차 및 신칸센 안전 확인 및 정상 운행 중 알림 (9분) 

-> 지진에 의한 피해 상황 보도 (13분) -> 경찰청에 의해 흔들리는 상황 구체적인 서술, "약간 크게 흔들렸으나 책장에서 물건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14분) -> 정부 총리 산하 재해위기관리실에서 이번 지진관련 정보 수집 중이라는 소식 (14분 30초)

-> 여진에 주의할 것을 당부 (18분) -> 철도 및 고속도로 등 교통 정보 정리 보도 (18분 30초) -> 경찰, 피해 접수가 없음을 확인 (20분)

-> 정상 방송 복귀 (21분)


총 21분 간 지속적으로 지진에 대한 구체적 정보(진도, 진원 위치, 진원 깊이, 여진 발생) 및 행동요령을 반복해서 알려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이 울산 지진보다 더 약한 수준의 지진에 대한 NHK의 보도 태도입니다.

NHK가 모든 보도를 끝내고 정상방송으로 복귀를 하고 나서야(약 20분), KBS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지진에 관해 짧게 (약 5분간) 속보를 내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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