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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에서는 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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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번 쯤 써볼까 하는 주제에 대해서 제 소견을 적어볼까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16년 현재까지도 과학 분야 노벨상이 단 1명도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이미 두자릿수가 넘어간지 오래고, 중국에서도 수상자가 나올 정도인데 왜 대한민국에서는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저는 이렇게 봅니다.




(1) 애초부터 '노벨상'에 집착하는 사회적 분위기 


노벨상이라는 것은, 각 과학분야 등에 있어서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긴 사람에 대한 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역사적인' '기념비적' 업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기초과학은 사실상 아직 50년도 채 되질 않았습니다. 

70년대 초 카이스트의 전신인 '한국과학원'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손 꼽힐 정도의 학교인 고려대의 경우에도 60년대 중반에 와서 자연계 건물이 세워지고 

70년대 중반에 서독의 원조를 받아 겨우겨우 농대 건물을 세우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보면, 아직 역사가 짧은 것이지요.

(이것은 연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70년대 중반에 서독의 원조로 겨우 공대 건물이 세워집니다. 이학부는 더 늦음.) 


그런데도 우리나라 언론은 50년 밖에 안된 우리의 기초과학이 다른 나라 처럼 100여년 이상, 

영미권의 200여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착각의 늪'에 빠져있다는 겁니다. 

'역사적인' 업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6-70년대의 업적에 대해서 2010년대에 와서 수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노벨상

[ex>1950-60년대의 업적으로 존 거든이 수상한 2012년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못 탄다고 한국 기초과학이 '망했다'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겁니다. 


또한, 노벨상이 '과학의 수준'을 평가하는 '전반적인 잣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지표는 될 수 있으리만서도.


아마도 십여년 ~ 수십년 즈음 지나면 대한민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도 당연히 나올겁니다.

왜 안나오는가에 대해서 운운하는 것은 아직은 이른 얘기라는 겁니다.




(2) 순수 학문 투자에 대한 'Head quarter'의 인식 오류


'너 그거 해가지고 돈이 되겠어?' '너 그거 가지고 특허 낼 수 있겠어?'

가 여전히 정부 연구비 지원의 상당한 판단 잣대가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아니 기초과학 분야에서 돈이 안되면 어떻습니까?

그걸 가지고 '3년, 5년 후에 아웃풋이 뭐니? 생산성은 있니? 돈은 되지? 어디 한번 어필해봐.'


어필이 안되면 정부의 연구비를 따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지요. 



대한민국에서는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인식의 부족으로 인해 어렵다는 점도 한가지 걸림돌입니다.

여전히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금은 정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이 기초과학에 대해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사실 거의 전무하다고 볼 정도니.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기업이 기초과학에 대해서 투자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 부자가 된 사람이 '재단법인' '비영리 재단' 등을 세워 연구소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연구 성과가 세상에 알려지면 그것이 곧 투자를 한 부유층의 명예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부재하다고 볼 수 있죠.


이렇다 보니,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연구, 알앤디'에 대한 투자금의 비율이 4%를 넘어 전세계 1위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IT 기업이나 제약기업 등의 자사를 위한 기술 발전을 통한 기업의 매출 생산성, 

즉, '응용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당수 비율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비율이 전세계 1위라는 '통계적 착시'가 나오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사명감이란 것은 찾기 어려워 진다고 봐야겠죠.

당연히 기초과학에 대한 성과의 한가지 잣대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거죠.




(3) 특유의 '군대식' 문화, 권위주의적 사고의 오류와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가 결여 된 관료가 연구계획서를 심사하고, 연구비 지원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있는 부분,

결국 친분, 학연, 지연에 의한 정책 결정 등. '알파고' 등 정부의 급작스런 정책에 따라 우루루 왔다 갔다 움직이는 연구비 등.


이러한 것은 이미 수많은 지적이 있었기에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 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제가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입니다.


'어?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래 한번 해봐' 

'아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와 같은 워딩이 아랫 사람에 대한 워딩이 될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니 까짓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뭘'

'그냥 다시 알아와 봐. 니 생각은 틀렸어'

와 같은 워딩이 빈번하다는게 현실이라는 거죠.


조금 틀린 거 같아도, '과학'에는 100% 진리라는 것은 없습니다.

당연히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결국 뒤집히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가 일어날 수 있는게 과학입니다.


왜 나보다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틀렸다고 부정하는 거죠?

'내가 모를 수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봅니다.





(4) 연구자의 사회적 불안정성


사실 워낙 요새 청년층의 실업 문제가 심각해서,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조금 조심스럽게 적어볼까 합니다.


저 부제만 보고, '아 연구자는 비정규직이 많으니까 정규직을 만들어야 되는 뻔한 소리를 하겠구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덧붙여 한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아니 인간의 역사에서 '기초과학'이라는 분야는, 사실 '부르주아'의 학문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미 '안정적인' 사회적 기반이 된 사람이 발전시켜왔던 것이 기초과학이라는 이 말입니다.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아 이것이 세상의 이치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힘든 것이지요.



이 정도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감이 오셨을 겁니다.


지금 '기초과학'을 하겠다는 청년들 중에, 

'인류를 위해 과학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진 청년이 대학원에 와서 연구를 하는 경우가 

대한민국에서는 많지가 않습니다.


단지, 

'하도 취업이 안되서' '석박사 따면 연봉이 올라가니까' '이렇게 라도 먹고 살고 싶어서, 장학금도 주겠다'

와 같은 경우가 상당수라는 것이지요.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주의!)


이런 상황에서 BK21 사업과 같이 대학원생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이공계 육성책으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결국 2번으로 돌아가 '생산성' '채산성'만 무의식적으로 따지는 인력이 생산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애초에 출신자들에 대한 취업 지원이나 기초과학 관련 기업 육성의 부재 등 정책적 방향이 틀린 것에 덧붙여서요.


미국과 일본, 중국의 경우를 보면, 

실제로 대학원생으로 대학원에서 석박사 하는 인력 중에 금전적으로 안정된 경우가 한국보다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들은 한번 '실패'를 겪어도, 다시 스스로 재기할 수 있고, '취미'로 과학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당연히 연구직에 대해 '자신의 꿈과 이상을 이룰 수 있는' 천직으로 여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연구를 루틴한 '일'로서 접근하면 학문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노벨상에 관심이 있는 인력'의 생산성 측면에서는 비효율적 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4가지를 들어 대한민국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사실 적어보고 싶은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지금은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저런 문제가 최우선 과제기 때문이죠.






P.S 2016년 6월 3일 추가


네이처 534호(2016.6.1주)에 '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연구분야 투자자인가' 라는 특집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꼬집었습니다.


http://www.nature.com/news/why-south-korea-is-the-world-s-biggest-investor-in-research-1.19997



기사에서는, 본글의 1~3번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로, 

R&D 투자비율이 전세계 1위임에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비율은 현저히 낮은 점, 

고작 4년 밖에 되지도 않은 기초과학연구원의 역사와 대비되는 노벨상에 대한 '강요', 

노벨상이 기초 과학 분야의 '성과'를 모두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점,

금액이 다가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우선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

정부가 연구비 집행을 주도하고 상황에서 특정 이슈가 생기면 그것에 대한 지원이 갑자기 뜬금없이 나오는 '패스트 팔로워' 등.


많은 부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를 번역기사를 인용하여 아래에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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