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포인트 하락한 99.3으로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떨어졌다는 말은, 개인의 소비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왜 갑자기 일본의 물가지수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 카드가 되었어야 할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
올해 일본은행은 기준 금리를 0.1%에서 -0.1%로 일본 역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기조 상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돈을 찍어내는 기관인 일본 은행을 통해 사실상 국가가 시중의 국채를 마구 사들이면서
그 분량의 돈이 다시 시중에 풀리는, 그러한 유동성 공급 정책을 그것도 무제한으로 시행하겠다는 정책을 이미 하고 있었다.
문제는 갑자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버렸다는 점이다.
그것도 소비세를 올리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소비세 3%를 올린지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부채가 막대 해 부채를 감축하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었다.
일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정부 부채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정부이고,
심지어 한 해 국가 예산의 무려 10% 이상, 100조원 이상의 돈이 발행한 국채의 이자를 지급하는데 그냥 날리고 있는 상황.
그것도 기하급수적으로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것을 이제는 갚아나가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소비세를 인상해서 그 돈을 가지고 돈을 더 갚는데 쓰겠다는 이유로
소비성향이 약해지는 것을 감안해도 간접세인 소비세를 올린 것.
2011년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일본의 지니계수(재분배전)는 0.5536으로, 대한민국의 2014년 수치 0.341보다 엄청나게 높은 상황.
http://www.nikkeibp.co.jp/article/matome/20140528/399513/?ST=business&P=3
문제는 일본의 소득불평등이 2000년대 불황이 지속되고,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
물론 세금이나 사회재분배에 의해 보정한 후의 수치는 0.35 근처를 왔다갔다 하고 있으나,
재분배 전, 순수한 소득의 격차는 2000년 0.3 언저리에 있던게 2011년 0.5536 이라는 충격적인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연간 소득이 50만엔 보다 못한 가구가 25%를 넘어선 상황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일을 하지 않고 연금 소득을 올리고 있는 가구가 급증하면서 보정 후 지니계수가 올바르게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청년층을 포함한 경제활동인구의 소득재분배를 할 재정 여력이 없다는 것.
앞서 일본 정부는 부채 감축 기조를 막 시작한 상황이므로, 더 이상 사회적 재분배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 와중에 지니 계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국 가진 돈을 꽁꽁 싸매고 있게 된다는 의미이고,
돈을 열심히 벌고 있는 청년층은 소수의 고소득자와 다수의 저소득자로 나뉘었고
심지어 그 소득의 격차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해 버리면서, 국민이 저축을 할 이유를 없애버렸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재산이 많은 일본인은 그 돈을 국내에서 돌리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물론 여기서 마이너스 금리라는 것은, 정부와 은행간 거래에 사용되는 일부의 돈에만 적용되는 금리이다. 시중 은행 금리와는 상관이 별로 없음.)
이를 해외 투자로 돌리든지, 아니면 은행이 아닌 집에 현금 뭉치로 꽁꽁 싸매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다.
특유의 안정성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근성 상, 해외투자도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편이고,
다들 노년층들 집에 현금 뭉치가 다발로 있다는 것은, 또는 그러한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은,
결국 국가 전체의 유동성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금을 찍어내서 시중에 풀어봤자, 그걸 인출해서 집에 쌓아두기만 반복하는 상황인데,
돈이 당연히 사회에 돌리가 없고, 당연히 물가가 오를리가 없고, 소득이 올라갈리 없고, 소비가 나아질리 없다.
현금이라는 것은 결국 다른 누군가의 빚이라는 경제학의 기초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면,
빚을 진 사람한테 돈을 쥐어줘야 하는데 안주면서 버티고, 빚을 못 갚게 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소득의 양극화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심해져갈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 할 방법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저소득층에게 생활비를 현금으로 국가 차원에서 제공해버리는 아주 간단한 수단은 이제 일본 정부가 쓸 수가 없다.
국가의 빚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은 현금이 들어오는 족족, 빚을 갚아버리거나 생활비로 사용해버리기 때문에
현금의 유동성 증대 면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서 이 글의 첫머리에서 문제가 된 생산자물가지수도 자연스레 올라 갈 것이고.
그러나 이런 복지 카드를 하도 많이, 그것도 청년층이 아닌 노년층에다가 써버려서, 더 이상 쓸 수가 없다.
그래서 금리를 대폭 올려 활성화 시키자니, 국가가 갚아야 되는 부채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기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재산세를 엄청나게 올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일본 사회적 분위기 상 다수를 차지하는 노년층에 의해 허락이 될리가 없다.
인상 시도를 하는 정권은, 곧바로 정권을 내줘야 할 상황에 이르를 것은 자명하다.
결국, 마땅히 쓸 수있는 방법이 내 머릿 속에서는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러한 양적완화를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따라하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는 주요 플레이어가 중앙은행이라는 점만 같지, 사실상 (부실화 된 대)기업에 대한 구제금융 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문제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자산은 현재 부동산에 있다.' 는 점이다.
그렇게 부실기업으로 뿌려지는 돈들이 엉뚱하게 부동산 투기수요를 일으켜,
비정상적인 부동산 버블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또 자칫하면 정부의 부채 부담만 가중시켜, 잃어버린 20년 이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몇 조원 수준의 돈을 푸는 것으로는 유동성 과잉을 초래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을 할 수 있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때 미국이 월가에 뿌린 돈이 결국 놀고 먹는 돼지가 다시 놀고 먹게 하기 위해 써버렸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청년층이 돈이 부족해서 생활이 팍팍한 이 시대에, 그러한 것에 대한 지원이 거의 전무하다 시피한 상황에서
돈다발을 망해가는 대기업에게만 국가 재정을 쏟아붓는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정여력, 카드라는 것이 청년층은 무시하고 특정 층에 집중하는 점은,
마치 일본 정부가 노년층 복지를 위해 카드를 모두 써버려서 더이상 쓸 카드가 없어 청년층이 점차 망하고 있는 상황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그래서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P.S
2016.06
2016년 1분기 일본의 분기 경제성장률은 연간기준 1.7%, 전분기 대비 0.4% 성장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2015년 2분기부터 1년간 상황을 쭉 보면 역성장과 성장이 반복되고 있어서 그다지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워보인다.
2016.07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으로 또 다시 안전'화폐'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다시 엔고 현상이 재현 될 판국에 들어섰다. 결국 1달러 당 120엔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다시 100엔 대까지 상승해버렸고, 일본의 기업 수출 수익률 증가로 인해 재정적인 개선이 이어지던 상황에 찬물을 끼얹게 되었다.
그러한 연속성으로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는 단기 경제 전망에서, 일본의 물가가 '당분간 마이너스'라는 예측을 하였다. 상황이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이는 에너지 물가의 하락 기조에 근거한 예측이므로 다른 경제적 불안 요소가 추가 된다면 물가 하락 및 경기의 하락이 더 큰 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일본 기업의 채산성이 다시 악화되는 구도로 가고 있으므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08&aid=0003707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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